제22대국회의원 선거 결과 개표가 진행됐다. 정당별 판세에 주목하던 당선인과 후보자 사이에서 설왕설래 투표율에 맞춰 희비가 엇갈렸다.

방송사들은 지역별 화제의 선거구 경합을 벌이던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생중계로 송출하고 국민들은 고스란히 그 후보들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성격분석가인 필자의 촉이 동했던 것인가? 이번에도 그냥 예사롭지 않아 보여서 오늘 칼럼의 첫 소재로 쓰기로 했다. 한 후보자는 격전을 벌였으나 아슬아슬하게 상대 후보에 적은 표차이로 밀려나고 있었다.

맨 앞줄에 앉아있는 후보는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담담히 앉아있는데 그 바로 옆에서 분주히 왔다갔다하며 후보자의 표정을 살피고 눈치를 보며 타이밍을 보고 있는 덩달아 긴장하고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띄게 보였다.

그는 보나마나 오늘 쓰려는 조력가(helper)의 성격이 분명하다. 이 순간 꽃 다발을 드려야 할지, 쓴 고배를 마셔야 할지를 안절부절 못하며, 분위기 파악하느라고 바쁘다. 그는 남성이지만, 눈치가 매우 빠르고 상대가 필요한게 무엇인지를 금새 알아차려서 상대가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벌써 해주고야 만다.

마침 그 필요를 느꼈던 상대는 너무나 기막힌 찰나에 베풀어준 도움에 감동 할 수 밖에 없다. 생김새도 보면 동글동글한 눈매에 따스한 분위기에 활짝 웃음을 지어주고 있다. 마치 “내 도움이 필요한가요?” 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쁘게 도와주면서도 힘들거나 어려운 기색 하나 없다.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마치 엄마들이 어린 자식들에게 베푸는 것처럼 다정하기 그지 없다.

결국 그 후보는 경합을 벌였으나, 상대편 후보에게 역전을 당하고 만다. 선거사무실의 분위기는 냉장고 속 얼음처럼 굳어져서 쌩하다 못해서 뒷 쪽 어디선가는 “에휴~~ 안돼요. 이래선 안됩니다. 우린 어떡해요....” 어디선가는 이내 훌쩍 대며 눈시울이 젖은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우리의 조력자 성격의 소유자는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방긋방긋 웃으시던 분이 분노에 차 울부짖는 호랑이 처럼 억울해하며 통곡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후보는 일어나 악수를 하며 위로를 건네주었다.

드디어 우리의 조력가 성향의 소유자 열혈지지자 아니랄까봐 “후보님 흑흑흑 세상이 어찌되어가려고 이런 일이 있나요? 도둑놈의 세상” 하면서 소리내며 꺼이꺼이 운다. 이젠 후보도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지 우리의 열혈지지자 조력자님에게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의는 승리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힘이 아니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자 결국 열혈지지자 후보를 끌어안고 펑펑 울어댄다. 그렇다. 정말 이 성격의 사람들은 정이 많고, 친절하며, 기꺼이 남의 힘듦을 도와 주며 친근하게 챙긴다. 특히 어렵고 힘들때 그 열혈지지자는 마다 않고 궂은 일을 다 해주었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사람들은 직함도 뭐 번듯하지 않다. 조금 높은 직함을 주면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뒤에서 조력을 하면서도 은근히 존재감을 과시한다. 어느샌가 중요한 사람이 아닌데도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돌아갈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버리고 만다.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심을 얻고 도와주면서 자신의 편을 만들기도 하고 그 힘으로 높은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막후조정자 같다고 할까? 드러내지는 않지만, 간과할 수 없는 존재감이 이들 조력가들에겐 있다.

성격을 잘 활용하면 건강한 면을 승화시켜 생산성 있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성격의 힘이 성격자본(Personality capital)이라고 했다. 이 성격자본의 근간인 에니어그램(성격도구)을 통해 성격유형을 들여다 보면 2번 조력가들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기꺼이 마음으로 대하면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건강하지 않을때는 그 동안의 도움의 보상심리가 발동한다. 예컨대 관심을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 수도 없이 많은 선물을 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선물을 받은 상대가 자신이 해준 선물을 사용하지 않을때는 "혹시 마음에 안드나? 혹시 내가 준게 싫었나? 아니면 날 싫어하나?"와 같은 걱정이 든다고 한다.

필자로서는 왜 선물을 해주고도 전전긍긍한지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지만, 이 조력가의 에니어그램 성격유형론을 공부하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있다.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고 알아줬으면 하는 것으로 일종의 자신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인 것이다.

2번 조력가인 지인을 집에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아서 전화했더니 우리 집에 사갈 선물을 준비하고 있어 늦어졌다는 것이다.

선물은 필요없으니까 시간을 지켜줬으면 하는 것이 그녀에게 더 큰 바램이었는데, 차마 그리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 조력가들을 대할 때는 그들이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고 접근하는 만큼 마음의 상처를 잘 받을 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선물을 갖고 들어오는 그녀에게 어마어마한 리액션과 기뻐하는 표정은 기본이어야 한다. 그녀가 상처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몇년 전 그녀는 내가 회사운영이 어려워져 힘들어 했을때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 너무 놀랐던 것은 내게 빌려주었던 돈이 그녀의 돈이 아니고 얼마전 돈이 생겨 여유돈이 있던 지인을 구워 삶아서 나에게 돈을 빌려주게 했었다는 것이다. 오지랖도 그런 오지랖이 없다.

필자는 항상 오버하는 기분으로 그녀의 감성에 맞장구 쳐주기는 하나 만남이 끝나고 나면 왜인지 녹초가 되어버린다. 그녀가 참 좋은데 어쩐지 부담스럽다고 할까? 어쨌든 조력가의 성향의 소유자들이 있으면 조직이나 모임에서나 활력이 넘치고 따듯하며 인간냄새가 난다.

성격분석가인 내게 그녀가 항상 묻는 말이 있다. "난 뭘 하면 좋을까?" 필자는 말한다. "너의 성격의 강점으로 훌륭한 사례를 남긴 분들이 많은데 들어봐. 조력가 유형인 마더 테레사 수녀는 평생을 전세계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으며, 슈바이처 박사는 아픈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오지에서 봉사하셨지. 또한 나이팅 게일과 같은 분들은 평생을 건강한 2번으로 사랑을 실천하신 분들이지.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존경을 받고 있기에 조력자 혹은 사랑주의자라고 말하며, 이들의 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지".

자 그럼 이들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무엇일까? 남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고 사교적이며, 공감력이 뛰어난 이들은 사회복지사나, 커플매니저, 변호사 중에서도 국선변호사,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서비스 분야의 직업이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었다.

그녀의 직업은 꽃가게 사장이다. 늘 너무 많이 주어서 항상 적자라고 하지만 그녀는 항상 기대고 싶은 친정집 같은 존재다.

오늘 2번 조력가 성향이라면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때 어떤 보상이나 바램이 있었다면 당장 접길 바란다. 그저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할 정도의 건강한 도움을 주고, 당신이 꼭 누군가를 도와주지 않아도 당신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모두가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사랑으로 따뜻한 조력자의 사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