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연 편집인

민족 고유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물가 걱정도 있지만 그래도 웬지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렇게 고향으로 향해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본능적으로 내 몸은 알아차린다. 그 곳에 가면 나와 같은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거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성격분석가의 눈으로 본 아홉유형의 사람들의 각양각색 추석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추석은 음력으로 8월 15일이며 한가위, 중추가절이라 한다. 우리나라 4대 명절인 단오·설·정월대보름! 그리고 추석이 이에 속한다. 특히 추석에는 한해 동안 농사짓고 기른 곡식을 거둬들인 밤.대추.햇쌀 등의 햇곡식과 햇과수로 우리의 먼 조상부터 현재에 조부모들에게 정성스레 예를 갖춰 차례를 지낸 후에 선산이나 조상의 산소에 가져온 음식들을 차리고 성묘도 한다.

올초 인기리에 개봉된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보급되면서 조상에 대한 무구한 세월동안 얼킴의 실타래가 오컬트 영화장르 영화로 겁 없이 다가왔다. 물론 필자는 여주인공 한고은의 칼춤 연기만 기억에 남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스토리들이 내재된 우리 조상들과의 사연이 얽켜있다.

영화 속에 몇가지 일본 사무라이 스토리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있으나 대박난 영화니 이유가 있겠거니 한다. 조상묘를 잘못 써 후손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무속의 힘으로 교차토록 하며 그 안에서의 끝없는 암투와 모함의 역학이 그려지는 것을 보면 조상님들께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거 같다. 오늘처럼 추석에 예를 갖춰 정성을 다하는 것은 작은 실천이기도 하다.

특히 추석 명절에는 곱게 차려입는 한복도 정성 중에 하나다. 필자는 오래 전 새각시 시절 입었던 알록달록했던 저고리와 치마가 촌스러워져서 고물이 된 오랜 이야기지만, 대통령 부부가 곱게 차려입은 차분하고 단아한 한복 빛깔에 다시한번 입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정도였다. 자식같이 키우는 반려견 써니와 새롬이를 품에 안은 모습도 따뜻해 보였다. 현역 대통령을 혹자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적어도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아무리 우락부락해도 교감이란 것을 하기 때문이다.

매년 추석때가 되면 라디오 생방송에 성격분석가로 참여했고 명절특별 생방송으로 보냈던 일이 생생하다. 녹화방송이 아닌 라디오방송은 청취자들에게 늘 생생한 현장의 리얼함이 생명이다. 그때도 추석 차례 지내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친정집에 들리는 차안에서 나의 방송이 전파를 타고 길막힘의 체증을 달래주었던 것은 작은 보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가족들을 만나러 왔지만, 오랜만에 모여서 좋은 얘기만 할까? 아마도 오랜만에 만나면 반갑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갈등도 많을 거고 이때 성격, 아니 성깔이 나온다. 필자가 쓴 라디오 방송대본 사연들을 묶어서 각색을 해보았다.

3남 2녀의 5형제 중 막내 딸인데 오늘, 오빠 셋, 올케언니 셋, 언니와 형부, 그리고 나 이렇게 9명의 식구들이 다 모여 앉았어요. 모두 들 어떤 특성이 있나 살펴 볼까? 먼저, 맏며느리 김현덕 여사는 표정이 내내 어두워요! 왜 그럴까요? 김현덕 여사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것 저것 모두 맘에 안들고 스트레스만 계속 쌓입니다. 어린 동서들은 전부치고 일할때 입을 옷을 안가져 왔다며 준비성 없는 것에 우선 화가 납니다. 그렇다고 아무 옷이나 줄 수 없어서 아끼고 않입던 새 옷 줬더니, 그런거 필요없고 막 입을 옷 달라고 합니다.

바쁜데 찾아서 줬더니 고맙다고 하기는 커녕 휙~ 벗어놓고 가고 동서들이 설겆이 해논것도 맘에 듭니다. 모두 가고 난 다음 다시 해야겠네. 그러니 내가 마음이 편하겠어? 동서들도 다 맘에 안들어! 큰 며느리 김현덕 여사의 성격은 완벽주의자! 본인도 피곤하고 남은 더 피곤하다. 다행히 동서들 보며 지적질하거나 가르치진 않는 상태다. 왜냐면 완벽주의자들의 내면에는 완벽한 사람은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하니깐, 끝까지 인내한다.

그런데 남편인 장남은 내 속도 모르고 여기저기 분주하게 바쁘다. 왜 그리 바쁜가 봤더니 동서인 제수씨들 불편하지 않게 일하게 부엌안으로 들어와 쉬운 주방구조를 배치하고 있고, 게다가 음식준비할 때 나오는 쓰레기 수거할 큰 통도 여러개 준비해 놓고 수시로 드나들며 뭐 도와줄거 없는지 찾고 있다. 거기에 더 화가나는 김여사다.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참으로 열성이세요!(듣다못한 방송진행자의 말)그리고요... 또 지금 벌써 지쳐 있습니다아~ 전부치는 주부들보다 더 지쳐있다구요? 장남께서는 남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신가봐요? 오지랖이 넓으신가봐요??

맞다. 오지랖 넓은 이타주의적인 성격유형의 소유자다. 이어서 큰 동서 성격이다. 그런데 둘째며느리는 식사 시작하자 마자 몇 번째 전화를 받고 있어요. 오늘도 출근해서 일하는 동료들이 있나봐요. 지금 벌써 3번째 전화받고 들어오네요. 성공한 비즈니스 커리어 우먼답게 추석날도 매우 바쁘시군요. 그리고 나서 남편에게 뭔가 신호를 보내느라 눈을 찡긋 거리네요. 그런데 둘째아들인 남편은 자기만에 세계에 빠져있어 못보고, 마치 아웃사이더 가테요. 돈 버는것에는 예저녁에 관심이 없구요. 유능한 부인 덕분이기도 하고 초연하게 O튜브 검색하면서 수공예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네요. 아이고 신호 보내도 소식 없는 남편 모습에 둘째 며느리 속 터져요. 완벽주의 맏며느리 정말 머리 열 나시겠네요. 앉자마자 갈 생각만 하는 것처럼 보이면 얼마나 믿상이겠어요?

이번엔 셋째 막내며느리, 친정갈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네요. 일단 셋째 아들인 남편에게 “지금 몇시인지 봤어?” 하고 조근 따지듯 말하네요. “모처럼 휴일인데 혼자 조용히 좀 쉬고 싶은데, 밥 먹었으면 갈 사람은 빨리 일어나 가지 왜들 저래?” 하면서 속으로만!!! 속으로만!!! 중얼거립니다. “둘째 며느리 성격은 굉장히 차갑고 이성적이네요. 시간관념이 뚜렷하고요. 이분은 머리로 상황을 분석하는거 가테요!” 진행자의 말이다.

그런데 가족들 눈치보면서 결정력 부족한 셋째아들, 빨리 일어나 친정가자는 부인과 가족들 사이에서 매우 근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거죠. 이 분은 그야말로 성실한 우리네 보통 가장의 모습이네요. 안전을 지향하는 성격유형 같아요.

그런데 이런상황에서 분위기를 확 바꾸어 놓는 첫째 사위, 나서면서 “행님~ 오랜만에 고스톱 한판 땡기시겠습미꺼?” 하고 바람을 잡습니다. 오호오 이때, 아까부터 참다 못한 둘째 며느리가, “형님, 오늘 회사 일 때문에 먼저 갑니다. 다음에 뵐께요.” 하고는 일어섭니다. 이 상황을 기다렸듯이 친정 갈 생각에 고민하고 있는 셋째 며느리는 오~ 구세주 같은 둘째 형님! 갑자기 셋째 며느리, 표정이 밝아지면서 “형님~ 같이가요.” 하면서 쫒아나가고 있습니다. 이때 첫째 사위, 다시 판을 깔고 있습니다. “우리 끼리라도 한판 하시지예!” 이걸 보고 있던 첫째 딸이 화투판을 뒤집어 엎으며, “당신은 지금 뭐하고 있노? 분위기 파악이 안돼노오? 에휴~ 철딱서니 하고는... 우리도 빨리 일어나!” 아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막내 둘째딸은 졸리다면서 잠이 옵니다요. 밥먹고 나니 졸린가봐요. 자, 막내딸 방에 따라 들어가 볼까요? 세상에나, 의자위에 걸어 놓은 옷들이 의자 옷걸이가 돼서 넘어져 있네요. 의자 걸이에 속옷에서부터 바바리코트까지 온갖 옷들이 다 걸려 있어요. 벌써 몇 번은 쓰러진 거 같네요. 아, 아마도 결혼 안한 딸들이 이런 모습이겠죠? 순식간에 모두들 가버리고, 이제 거실에는 덩그러니 부모님과 장남 첫째 아들 내외만 남았습니다.

9가지 성격유형별 추석 명절풍경을 한번 살펴 봤는데요. 꼼꼼한 맏며느리나, 노심초사 상대방을 살피는 장남이나, 일에 몰두하여 명절날까지 일하는 둘째며느리나, 돈 못벌지만 개성있는 둘째아들이나 냉정하지만 정확한 셋째며느리나, 우유부단한 셋째아들, 그리고 이 삭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해피바이러스 첫째 사위는 어떻고요? 욱해서 어퍼컷을 날리는 호랑이 성격 첫째딸은 어떻구요. 그러거나 말거나 다 성가셔 잠자러 가는 막내딸. 이 아홉가지 모든 성격을 다끌어안고 살아가시는 부모님은 어떤 마음이실까요?

오합지졸 9남매의 단점을 단점으로 보지않고 소중한 보물로 보시는 긍정의 사랑! 지금 여러분들 집에 돌아가시기 전에 부모님 손 꼭 잡고 따뜻하게 목욕탕 다녀오시라고 몇 만원이라도 쥐어드려보세요. 자식들 먹으라고 음식 바리바리 싸시는 부모님들 눈에 눈물이 글썽하실거에요. 이렇듯 성격의 형성요인은 다양하고 특정할 수 없는 환경과 개인의 편차가 있으나 대부분은 가족들이 모계 혈통으로 인한 DNA를 부여받는다.

‘난 엄마처럼 살지않을거야!’ 라고 단언하지만, 자녀들이 말한다. ‘엄마 할머니랑 똑가테!!’ 그렇게 닮고 싶지 않은 엄마처럼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게 가족들과의 교감이다. 가족들과 행복한 추석연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