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매년 특정한 띠와 간지를 결합시켜 그 해의 특성을 예측하고 풍습에 따라 예를 행한다.
육십갑자에 이르는 하늘의 기운을 나타낸다는 10개의 천간(天干)과 땅의 기운을 나타낸다는 12개의 지지(地支)가 천간의 순서대로 12지신과 한 번씩 짝을 맺어 나가는 방식으로 총 60번의 간지가 채워지는데 올해는 42번째 해당하는 순서로 을사년(乙巳年)이다. ‘을’은 색상 중 ‘청색’을 의미하고 ‘사’는 동물 가운데 ‘뱀’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풀어서 해석하면 ‘푸른 뱀의 해’를 뜻한다.
또 음양오행에서 ‘나무(木)’을 의미하기도 해서 생명력과 성장을 상징한다. 뱀은 12지신 중에 친근한 동물은 아니므로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 한 가지는 경고와 위험의 신호를 보내는 예견으로, 나머지 한 가지는 명석한 논리와 산술로 재산을 지키는 지혜로 신성시하기도 한다.
필자의 모친은 태몽으로 구렁이 꿈을 꾸셨다고 했다. 구렁이는 뱀의 일종으로 유일하게 독이 없는 뱀 중에 하나로 집안에 구렁이가 들어오면 ‘업신,업꿈’이라고 칭하고 재산을 불려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태어난 후 기울였던 가세가 펴고 재산이 증식했다며 노처녀가 되도록 공부만 시키고 결혼이 늦었던 것이 그 이유였던 것인지 모르겠다.
나중에는 구렁이가 이무기가 되어 휘황찬란한 빛을 내면서 날아올랐다며 과장된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그래서 필자가 사람들의 성격을 분석하여 상담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는 것을 보면 모친의 말씀이 그리 과장된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세계보건기구WHO 마크에서도 보면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어 세상의 모든 병을 치유하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뱀의 특성은 치료, 치유, 숫자, 산술, 이치, 논리가 뛰어나 통찰력과 직관력이 뛰어난 동물로 2025년 올해 을사년은 새로운 시작, 지혜로운 변혁, 성장과 발전을 의미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그러면 뱀띠에 태어난 사람들의 성격은 어떠할까? 그 동물의 성격을 닮아서 대체로 영특하고 활동적으로, 두뇌와 감성을 겸비해 머리가 명석한 사람들이 많다.
연예인으로 전현무, 이승환, 소녀시대 태현, 태진아, 문성근, 가수 싸이, 배우 김희선, 원빈 등 세계적인 월드스타가 많다. 뱀띠생 정치인들로는 박정희 대통령, 중국의 마오쩌둥, 미국의 존F.케네디, 간디, 피카소, 윤동주시인, 레이디가가, 박세리, 이강인등이다.
뱀띠 자녀를 둔 부모는 논술보다는 수학이나 이과로 진학을 염두에 두어두는 것도 추천한다. 사회 안에서도 뱀의 성격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매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팀은 그해의 띠의 이름을 따서 중요 키워드를 만들어 의미를 넣고 경제영역에 맞는 소비자들의 소비경향트렌드를 전망해왔다.
올해도 역시 뱀의 특성을 살려서 SNAKE SENSE 라는 화두를 던졌다. 스네이크 센스는 뱀은 동물 중에 유일하게 다리가 없고 몸을 움직여서 땅의 기운과 주변의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흡수하는 예민한 촉감과 감각을 지닌 동물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는 뱀처럼 예민한 감각의 시대이며 올해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바꿀 것인가? 에 대해 10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첫 번째, 옴니보어 (Savoring a Bit of Everything : Omnivore)이다. 이 용어는 본래 생물학에서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음식을 섭취하는 잡식성에서 나온 용어인데, 이는 집단의 전형적인 소비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과 취미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소비를 하는 ‘잡식성 소비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즉, 나이.소득.성별.모든 경계를 허무는 잡식성 소비 형태로 정형화된 고정관념대신, ‘상상과 관찰'로 소비하며, 개인의 취향에 따른 소비를 하는 것으로 소비자 개인이 가진 성향에 맞춘 소비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게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과거에는 한 가지 브랜드나 스타일에 집중했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며 자신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재벌사장이라 할지라도 천원 하우스나 다이소 같은 상점에서 자신의 취향에 따른 소비를 하는 것이다.
필자가 2014년 시작한 성격을 통해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여 상품을 셀렉션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에니어그램 성격도구를 활용하여 알고리즘을 만들었던 일이 바로 취향마케팅의 초기 버전이다. 이렇게 옴니보어로 재탄생될 줄 알았더라면 다수의 콘텐츠를 제작했을 것인데 독보적인 연구로 인정받은 것으로 만족했다.
두 번째는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 Nothing out of Ordinary: Avobha)이다. 아주 특별한 순간의 하루보다도 특별한 일없이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평범한 하루를 일컫는 말로 하루하루 무탈하게 보내며 생각하는 태도, 대한민국 행복 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단어로 떠올랐다. 이 안에는 너무 과시하지 않고 매일 치열하지도 않은 것 일상의 소비로 소확행 이후 확산이 기대되는 키워드이다.
세 번째, 토핑경제(All About the Topping : Topping Economy)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부수적 요소인 ‘토핑’(요리나 과자의 끝마무리에 재료를 올리거나 장식하는 것)이 핵심 경제 요소로 부상한 현상을 이르는 말로,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즉, 상품에 자신만의 창의적인 요소를 더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물건을 만드는 시대. 소비자들이 직접 상품을 완성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한다. 예를 들어 크록스 슈즈 ‘지바츄’처럼 똑같은 슈즈에 토핑을 얹어 자기신발임을 강조한다.
넷째, 페이스테크(Keeping It Human : Face Tech)이다. Face와 Technology의 합성어로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인증, 결제, 보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의미한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개인의 얼굴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화하여 활용한다.
마치 필자의 직업처럼 성격을 분석할 때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정확하게 읽어내듯 사용자마다 각자의 얼굴을 만들어주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감정을 말하는 로봇처럼 사람을 닮은 로봇으로 이모티콘에서 진화했다. 필자도 최근 얼죽신(얼어죽어도신축아파트)이 되었는데 입주민들 모두 안면인식을 통해 출입을 통제한다. 간혹 화장을 인해서 눈썹을 그리지 못한 날은 집에 못 들어간 일도 생겨서 곤란하다.
다섯째, 무해력(Embracing Harmlessness)이다. 이 단어는 단순히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온화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자세로 무해력은 우리 주변에 사람들과 환경, 그리고 자신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자 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즉 무해한 것들이 주는 힘에 주목하는 흐름으로 작고 귀엽고 연약한 존재는 그 자체로 힘을 가진다. 예컨대 연예인 키링, 작은 인형, 푸바오 곰, 아기, 강아지 등이 주는 힘이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한강작가의 채식주의자에서도 영혜의 젖가슴 찬가는 무해함으로 기술한 신의 한수였다.
여섯 번째, 그라데이션K(Shifting Gradation of Korea Culture)이다. 한국이 단일 민족적 정체성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융합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소비트렌드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한국에서는 한국다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따라서 전통과 글로벌 문화가 혼합되어 새로운 K컬쳐 생성하는 다문화 등이다.
일곱 번째, 물성매력(Experiencing the Physical)이다. 손에 잡히는 상품의 매력이라는 의미로, 직접 만지며 체험해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인공지능이 발달한 디지털 시대에 역으로 ‘체험’에 대한 중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만들어진 개념이다.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실질적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성에 매력을 느낀다. 예컨대 물질사회, 복고나 아날로그감성 그대로 체험하고 존재하는 것들이다.
여덟 번째 기후 감수성( Need for climate Sensitivity)이다. 기후 변화와 환경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에 따른 소비 및 생활방식을 변화시키려는 태도이다.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넘어 기후 문제에 대한 책임감과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새로운 소비자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기후문제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건이고, 기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동하는 트렌드이다. 예를 들어 비오는 날 장화, 우산, 폭염 등에 대비해 소비컨텐츠 극대화 하는 것 등이다.
아홉 번째 공진화 전략(Strategy of Co-evolution )이다. 단순한 경쟁을 넘어 협력과 상생을 통해 발전하는 미래를 지향하는 전략이다. 변화하는 사회와 경제 환경 속에서 기업과 개인 모두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여 공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을 말한다.
즉, 적과 나를 구분하지 않는 상생의 진화 전략, 경쟁보다는 상생을 통한 공동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예컨대 전기자동차와 배터리회사의 상생, 대기업들의 협력과 상생. 애플. 삼성. 등의 상생이다. 필자의 성격자본이 이에 해당하는 강점자본이다.
마지막으로 원포인트 업(Everyone has Their Own Strengths)이다. 현대인의 자기계발은 더 이상 원대하지 않다. 나를 개조해서 이상향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에서 출발해 실현가능한 목표만큼만 꾸준히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다. 커리어 계발은 물론 운동. 뷰티 등 자기관리의 패러다움이 이동하고 있다.
즉,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기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소소한 목표를 이루며 지속적으로 자기계발 해나가는 새로운 방식. 큰 성장보다는 한 단계 성공이다. 예컨대 자기계발에서 자기배려 차원으로 변화된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강사교육기관에서도 매년 신년 세미나를 열어서 뱀띠 강사를 추천해주고 매년 캐치플레이즈를 정하는데 뱀의 센스를 적용한 Navi Sencing!(navi는 강사의 애칭)이라고 정했다. 에니어그램을 통해 센싱을 발휘해 올 곧은 영향력을 전파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었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며 마친다.
류지연 성격자본연구소 소장
<yiy96@daum.net>